어느덧 2022년의 마무리가 다가왔다.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공연을 볼 기회가 소중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우 적었는데 물론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회복되어서 한 해 동안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일이 있었던 2022년의 마지막 연주회는 부드럽고 산뜻한 바로크 음악으로 가득 찼다.
이날 음악회에서 주목할 인물은 바로크 레퍼토리에서 새로 뜨고 있는 스타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였다. 그녀는 바로크 음악계에서 현재 최고의 소프라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곡들을 이날 선보였다. 레즈네바와 함께 내한한 바로크 단체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였고 이탈리아 단체인 만큼 비발디, 헨델 등 이탈리안 바로크 오페라의 아리아들로 구성되었다.
춥고 황량한 겨울에 따스한 봄이 오는 듯하게 만들어준 음악회였다. 프로그램은 1부와 2부로 이루어졌는데 1부는 레즈네바의 장기가 생각보다는 드러나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밋밋했다. 하지만 2부에서 본격적으로 그녀의 장기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2부에서 부른 곡 모두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2부에서 제일 즐겁게 감상했던 곡은 헨델 오라토리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의 ‘Un pensiero nemico di pace’였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부각하는 느린 곡 또한 매력적이지만 기교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빠른 템포의 곡을 굉장히 좋아하는 혹자로서는 이 아리아에 대한 애정이 깊은데 여기서 레즈네바는 놀라운 기교와 호흡으로 멋지게 노래했다. 그리고 이 아리아를 부르기 전 비발디의 매우 느린 템포의 아리아 ‘산들바람이 속삭이고’를 불렀는데 이 아리아가 끝나자마자 헨델의 빠른 템포의 아리아가 나오니 극명한 대비가 느껴져 오히려 공연의 몰입도가 더해졌다. 거기에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환상적인 연주가 더해지니 이날 공연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밖에도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던 비발디의 ‘Agitata da due venti’에서는 빠른 템포의 곡인 만큼 음악의 역동성이 느껴졌고 레즈네바의 기교는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헨델의 합주 협주곡에서는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진가를 드러내었다. 지휘자 없이 단원끼리 호흡을 맞추는데도 불구하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었다. 메인 프로그램이 끝나고 레즈네바는 두 개의 아리아를 불렀는데 그중에 헨델의 ’Lascia la spina’는 압권이었다. 그녀가 느린 아리아를 부를 때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크게 느껴졌는데 이 아리아가 절정이었다. 끊어짐이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한국에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들을 기회는 적다. 또한 잘 연주하는 것을 듣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매년마다 유명한 바로크 단체를 초빙하게 만들어주는 한화클래식 덕분에 훌륭한 바로크 음악 공연을 매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년에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Il Giardino Armonico)가 내한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으로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선보일지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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