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수많은 도시 중에 독일에 위치한 라이프치히를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라이프치히는 위대한 작곡가 바흐가 태어난 도시이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eipzig Gewandhaus Orchestra)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서는 이곳을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이프치히 중앙역에서 나온 후 10분여 정도 쭉 걷다 보면 오래된 성당이 하나 보인다. 이 성당의 이름은 성 토마스 교회(Thomaskirche). 성 토마스 교회는 유럽의 다른 화려하고 예쁜 성당에 비하면 낡고 초라하다. 하지만 이 교회는 라이프치히로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이다. 그 이유는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와 관련이 있다. 바흐는 성 토마스 교회에서 무려 27년간 음악 감독(칸토르)으로 재직하였고 그동안 미사곡, 오라토리오 등 수많은 곡을 이곳에서 작곡하였다.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는 초라했다. 하지만 성당 재단에 위치한 바흐의 무덤과 성 토마스 교회의 오르간(바흐 때 오르간은 사실 소실되었다.)을 보며 바흐의 발자취를 쫓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교회에 입장했을 당시 성 토마스 합창단이 바흐의 합창곡을 리허설을 하는 장면을 우연히 볼 수 있었는데 성 토마스 교회에서 성 토마스 합창단의 소리를 들으니 단순히 성당을 구경하는 것보다 몇 배의 감동이 느껴졌다.
성 토마스 교회를 보고 난 후 라이프치히의 또다른 명소인 게반트하우스로 향했다. 사실 라이프치히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2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치히에 방문한 만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이날 공연의 지휘자는 저명한 이탈리아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였고 협연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프랑크 피터 짐머만이었다. 프로그램은 두 개의 위대한 곡들로 구성이 되었다. 1부에서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부에서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 이렇게 말이다.
솔직히 1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브람스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컸고 바이올린 협주곡이 워낙 유명해서 자주 들어봤기 때문에 듣고 나서도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달랐다.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피터 짐머만이 실제로 연주하는 것을 처음 봤는데 그의 연주를 듣고 그가 왜 유명한지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여유로운 연주와 그의 특별한 해석 능력까지 정말 듣는 내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즐거운 연주였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이렇게 아름다웠던 곡이었던가…. 브람스를 싫어하는 사람조차 연주로 감동시키게 만든 프랑크 피터 짐머만에게 경의를 표한다.
2부 브루크너 교향곡 4번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마에스트로 다니엘레 가티의 진가를 여실없이 보여주었다. 단원들의 여유와 그에 맞먹는 연주력, 그리고 마에스트로 다니엘레 가티의 카리스마 있는 지휘에 나는 여태까지 들어보진 못한 엄청난 사운드의 브루크너 4번 교향곡을 직접 감상한 것이다. 특히 금관 쪽이 정말 놀라웠는데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시원한 소리를 선사했다. 그중에서도 튜바와 호른은 이날 공연을 장악했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현악기도 놀라웠는데 악장이 리드를 완벽하게 해 주니 모든 현악 단원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연주하는 게 눈에 보였다. 특히 4악장에서 나오는 현악기의 처절한 연주는 가히 놀라웠다. 서서히 고조되는 음악에서 현악 단원들의 신들린 듯한 보잉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 완벽한 연주력에는 다니엘레 가티의 공이 굉장히 컸다. 이해하기 쉬운 지시와 함께 카리스마 있는 중후한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압도했고 브루크너 4번을 완벽하게 이해해야지만 나올 수 있는 훌륭한 지휘를 선사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비록 1박 2일 일정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라이프치히를 대표하는 두 명소인 성 토마스 교회와 게반트하우스에서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라이프치히 방문하고자 계획 중이라면 이 두 곳은 꼭 방문해보길 추천하고 거기에 공연까지 볼 수 있다면 뜻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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