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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리뷰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 다 폰테와 모차르트가 함께한 걸작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0)

by 리날도 2022. 9. 12.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역사상 처음으로 7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가 아닌 8월 한 달 간만 단축되어 운영되었던 해였다. 그러므로 인해 기존에 6~7편의 오페라가 예정되었던 게 단 2편의 오페라만 하게 되었다. 그 2편의 오페라는 바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Elektra)>와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Così fan tutte)>였다. 이번 포스팅은 모차르트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인 <코지 판 투테>를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에서 봤던 경험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0 포스터

<코지 판 투테>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페라 대본가 중 하나인 로렌조 다 폰테(Lorenzo da Ponte)가 모차르트와 함께 작업한 3부작 중 하나이다. <코지 판 투테>는 음악적인 측면과 극적인 측면 모두에서 기존의 형식화되어 있었던 바로크 오페라의 틀을 완전히 깬 혁명적인 작품이다.

&copy; SF / Monika Rittershaus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0에서 공연되었던 <코지 판 투테>는 상주 오케스트라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했고 지휘는 떠오르는 여성 지휘자 조아나 말비츠(Joana Mallwitz)가 맡았고 연출은 Christoph Loy가 맡았다. Elsa Dreisig와 Marianne Crebassa 등 젊은 성악진으로 구성되었고 비엔나 오페라 합창단이 함께했다. 자세한 캐스팅은 아래 설명 참고.

 

- Fiordiligi: Elsa Dreisig
- Dorabella: Marianne Crebassa
- Guglielmo: Andrè Schuen
- Ferrando: Bogdan Volkov
- Despina: Lea Desandre
- Don Alfonso: Johannes Martin Kränzle

 

처음에 공연장에 입장해서 무대를 딱 봤을 때 너무 심플해서 솔직히 당황했다. 흰색 벽에 있는 두개의 문.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단순하게 무대를 짠 걸까?

하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처음 느꼈던 연출에 대한 실망감은 싹 사라졌다. 공연 자체가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출이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 필)는 솔로 쳄발로 소리와 함께 부드럽고 가벼운 모차르트 식의 연주를 매우 잘 표현했다. 역시 최정상 오케스트라다운 여유로운 연주였다. 지휘자 Joana Mallwitz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무대이자 빈 필하모닉 지휘 데뷔라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여유롭고 음악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지휘를 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코지 판 투테> 연주를 준비중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

성악진들 또한 아름다운 목소리와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소프라노 Elsa Dreisig와 메조소프라노 Marianne Crebassa는 모차르트 오페라에 맞는 음역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우면서 우아한 목소리가 Fiordiligi와 Dorabella와 너무 잘 어울렸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가수도 있었다. Despina 역을 맡은 Lea Desandre는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Despina를 연기적으로는 잘 표현했지만 성악적인 측면에서는 좀 아쉬웠다.

이 오페라는 물론 혼자 부르는 솔로 아리아도 음악적인 측면에서 훌륭하고 아름답지만 진짜 매력은 여러명이서 부르는 2 중창부터 5 중창이다. 인물들은 서로 다른 대사를 얘기하고 선율 또한 각 캐릭터별로 다르지만 서로 다른 선율이 잘 조화되어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진다. 이는 당시에는 기존의 틀을 깬 혁명적인 시도였고 이런 면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적 천재성이 돋보인다. 따라서 이를 가수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소화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이날 공연에서 가수들은 전체적으로 이러한 특징들을 매우 잘 살릴 뿐만 아니라 여유롭게 연기까지 하며 노래했다. 

<코지 판 투테>가 공연되었던 잘츠부르크 축제 대극장 (Gro&szlig;es Festspielhaus)

이날 공연을 보고 확실하게 느낀 점은 잘츠부르크는 공연의 질이 차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름에 돈과 시간이 허락되는 이상 잘츠부르크에 가서 공연을 자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잘츠부르크는 심지어 도시 자체가 풍경이 너무 이뻐서 사기적인 도시 같다ㅎㅎ (언젠가는 다시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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