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은 오스모 벤스케를 이을 차기 상임 지휘자로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인 얍 반 츠베덴(Jaap van Zweden)을 선정했다. 임기는 내년 2024년 1월부터 시작되면 5년간 서울시향을 맡게 된다. 이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놀라웠는데 현재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를 맡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지휘자 중 한 명인데 이런 거장급 지휘자가 서울시향을 맡는다는 것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직을 그만두고 다음 행선지를 서울시향으로 잡았다는 것에서 더욱 놀라웠다.
츠베덴은 이전에 서울시향을 지휘한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서울시향과의 데뷔 무대가 7월 20일이었고 베토벤 7번 교향곡과 차이코프스키 4번 교향곡으로 공식적인 첫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오스모 벤스케 지휘자가 낙상사고로 지휘를 못하게 되어서 그 대타로 츠베덴이 지휘를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의 데뷔 무대는 7월이 아닌 1월에 갖게 되었다. (1월에 했던 츠베덴 공연 후기는 아래 링크 클릭!)
얍 반 츠베덴 & 서울시향 연주회 후기 (1/12,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의 2023년 첫 공연은 원래 오스모 벤스케 지휘자가 시벨리우스 가곡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을 지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낙상 사고로 어쩔 수 없이 벤스케가 공연을 취소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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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서울시향과의 첫 지휘는 1월에 하였지만 이번 7월 공연은 원래 예정되어있었던 공식 데뷔 공연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고 공연은 이틀 모두 일찌감치 매진이었다. 프로그램도 협연 없이 오직 교향곡 2개, 베토벤 교향곡 7번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으로 이루어져서 츠베덴의 교향곡 지휘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1부: 베토벤 교향곡 7번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베토벤 교향곡 중 가장 흥겹고 춤곡풍 리듬이 강한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에 비해서 현재의 지휘자들이 지휘하는 교향곡 7번을 들어보면 훨씬 가벼우면서 경쾌하고 템포도 빠르다. 이날 츠베덴의 해석도 이에 부응하는 현대적인 해석이었고 7번의 특징을 더욱더 부각해 주는 해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감상하는데 만족했지만 몰입이 약간 방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호른 파트가 그랬는데 호른 소리가 연주 내내 상당히 투박하고 거칠게 들려서 연주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연주자의 실수인건지 아님 의도된 건지 계속 고민해 봤는데 아마 베토벤이 살던 당시 사용하던 호른의 연주 기법을 그대로 재현해 연주한 게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호른과는 별개로 현악기는 전체적으로 호흡이 상당히 잘 맞았고 특히 4악장에서 보여준 광적인 춤곡은 이날 베토벤 7번 연주의 가장 귀에 꽂히는 순간이라 볼 수 있었다.
2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이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연주를 듣고 츠베덴은 확실히 차이코프스키 곡에 장기가 있음이 느껴졌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현악기였는데 로열 콘체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악장 출신답게 츠베덴이 강약 조절 및 보잉 등 세세한 측면까지 신경 써 다른 연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이하게도 관악기보다 현악기에 더 감탄하며 집중했던 공연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악장은 3악장과 4악장이었는데 개인적으로 4번에서 가장 좋아하는 악장인 3악장은 독특하게도 현악기가 악장 내내 피치카토로 연주하고 거기에 목관 파트의 스타카토가 아우러져 매우 흥겨웠다. 그리고 4악장 같은 경우 1,2,3악장에서 참아왔던 환희의 소리가 휘황찬란하게 울려 퍼지면서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또한, 악장 후반부에는 휘몰아치는 광란의 사운드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좋았다. 참고로 1악장 초반부에 나오는 주제곡이 1악장뿐만 아니라 4악장에서 코다로 반복해서 나올 정도로 교향곡 4번의 중추라 호른과 트럼펫이 상당히 중요하다. 여기서 호른과 트럼펫 단원들이 깔끔하고 시원하게 잘 연주해서 이 점은 정말로 칭찬하고 싶다!
이날 공연을 통해 정명훈 시대 이후 유럽 오케스트라에 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츠베덴의 지휘를 통해 보여주었던 것 같다. 서울시향과의 인터뷰를 보니 내년 공식적으로 음악 감독직을 맡고 나서부터는 근래 몇 년간 하지 못했던 오페라 공연도 종종 할 예정이라고 하고 다양한 현대 작곡가와의 협업, 그리고 해외 순회공연까지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앞으로 펼쳐질 츠베덴, 그리고 서울시향과의 조합... 상당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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