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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리뷰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후기 (6/19, 롯데콘서트홀)

by 리날도 2023. 7. 10.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2023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Rotterdam Philharmonic Orchestra)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항구 도시 로테르담에 상주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이며 로열 콘체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에 이어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이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악단 자체만으로 훌륭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뛰어난 젊은 지휘자를 발굴하는 오케스트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상임지휘자를 맡았던 야닉 네제 세겡(Yannick Nézet-Séguin)이 있다.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를 맡아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로테르담만의 사운드를 개척해냈다.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겡 (출처: Hans van der Woerd)

세겡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젊은 지휘자인 라하브 샤니(Lahav Shani)가 로테르담 필의 상임지휘자를 맡게 되었는데 새로운 상임지휘자와 함께 올해 2023년,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하게 되었다. 샤니는 예전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로테르담 필 뿐만 아니라 최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상임지휘자로 발탁이 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만큼 이번 로테르담 필과 함께 하는 내한공연은 그의 지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휘자 라하브 샤니 (출처: Marco Borggreve)

그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내한공연에서 연주한 곡은 다음과 같다:

 

-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1부 연주곡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김봄소리가 협연을 맡았다. 한국의 여성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어 한국뿐만이 아니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인데 그런 그녀가 이번 로테르담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어떤 스타일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1부 -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김봄소리 협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협주곡인 만큼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연주에 초점이 맞춰졌고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엄청난 명곡을 김봄소리만의 우아하지만 강렬한 연주를 선보이며 관객을 매료시켰다. 특히 3악장에서의 알레그로에서의 연주는 폭발적이었다. 자세는 여유롭게 우아했는데 연주에서는 다이내믹과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상당히 즐거웠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너무나도 훌륭하였다. 단원들과 지휘자와 서로 긴밀히 호흡하여 조화롭게 소리가 아우러진 것 같았다. 다만 롯데콘서트홀 음향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바이올린 소리가 작게 들렸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다. 그리고 다른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의 명연과 비교해 봤을 때 연주의 깊이와 절절한 울림은 김봄소리의 연주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즉, 어떻게 이렇게 연주를 잘하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과 연주자의 특유의 깊이 있는 해석은 보이지 않았다.

커튼콜에 인사하는 김봄소리

 

2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처절한 슬픔과 고뇌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다. 워낙 뛰어난 작품이고 대중적인 작품이라 자주 연주되지만 ‘잘’ 연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보여준 연주는 최상급의 수준이었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그리고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연주를 보여주었다. 1악장에서 감정이 고조되는 절정의 파트가 있었는데 여기서 모든 악기가 완벽하게 연주하여 음악 자체에 드러나는 슬픔과 고통을 관객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3악장에서는 특유의 휘몰아치는 파트를 굉장히 잘 살렸고 4악장에서는 1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우울한 감정을 담백하게 잘 표현한 듯했다.

라하브 샤니와 로테르담 필

지휘자 라하브 샤니는 젊은 지휘자답게 꽤 빠른 템포와 역동성 있는 차이코프스키 비창 교향곡을 선보였다. 솔직히 이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샤니의 지휘를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지휘자의 역량에 의문이 들었었다. 거기다 10년전 전 상임 지휘자였던 야닉 네제 세겡이 로테르담과 함께 내한해서 연주한 곡이 이번 내한공연과 같은 차이코프스키 비창 교향곡이었고 세겡의 비창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굉장한 연주였기 때문에 당연히 이때보다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번 연주회도 이때의 연주를 뛰어넘었다고는 얘기를 못하겠지만 충분히 상응하는 연주력을 보여주었고 젊은 지휘자의 패기와 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공연 내내 느껴졌다. 앞서 잘 연주하는 것이 힘들다고 얘기했는데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비창 교향곡은 잘 연주했음이 틀림없었다!

비창 교향곡이 끝난 후 앵콜곡으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를 연주하였는데 오케스트라의 연주력과는 별개로 서서히 감정이 고조되며 묘한 슬픔을 주는 곡 자체에 매력을 상당히 느꼈다. (그렇다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안 좋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ㅎㅎ)

 

전체적으로 이날 내한공연을 통해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연주와 라하브 샤니의 활기찬 지휘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연주회였다~!

공연 끝나고 나가려던 중 우연히 만난 김봄소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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