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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리뷰

잘츠부르크 여행기 1 -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베르디 <멕베스>

by 리날도 202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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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특히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잘츠부르크였고, 여름에 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가서 오페라를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습니다. 

올해 운좋게 여름에 시간이 되기도 했고 열심히 돈을 벌어 유럽 여행 비용을 마련하게 되어 그 꿈을 현실로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유독 저에게 관심을 끌었던 이유가 바로크 오페라 비중이 많다는 것이었는데요,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수준 높은 바로크 오페라를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봤던 공연은 총 6개인데, 그 중에서 바로크 오페라 비중이 절반 가까이였습니다.

보고 싶었던 오페라와 공연들은 미리 티켓을 구매했지만 유일하게 예매를 못한 공연이 있었는데 그 공연이 베르디 <멕베스>였습니다. 사실 베르디 오페라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위에 적었다 싶이 메인 목적이 바로크 오페라를 보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없던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이왕 페스티벌 가는데 빈필의 오페라 연주를 언제 들어보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멕베스 부인 역으로 현재 최고 잘 나가는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이었기 때문에 이것 또한 역시 보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였어요. 그렇게 티켓을 알아보니 멕베스 첫 공연이라서 그런지 싼 티켓은 전부 다 팔렸고 터무니없이 비싼 티켓들만 남아있더라구요ㅠㅠ (3~400유로) 

결국 티켓을 못 산 채로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여기서 대박 반전!! 큰 기대 안한 상태로 페스티벌 웹사이트 들어갔는데 갑자기 35유로짜리 젤 싼 티켓이 한 자리가 뜨더라구요..! 흥분되는 마음으로 젭싸게 클릭해서 급하게 예매 완료한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ㅋㅋㅋ 결국 내가 보긴 보는구나ㅎㅎ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장 외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TV나 화면으로만 봤던 공연장을 직접 보니 황홀하더라구요..! 내가 여길 오다니ㅠㅠㅠ 믿기지 않고 꿈만 같았습니다. 

티켓 오피스에서 티켓을 받고 공연 시간에 맞춰서 축제 대공연장(Großes Festspielhaus)으로 입장했습니다.

 

 

축제 대공연장 내부

 

티켓이 아무래도 젤 싼 자리였기 때문에 시야는 잘 안 보일줄 알고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보여서 많이 놀랬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5분 전 쯤 멕베스 역의 바리톤 가수 Vladislav Sulimsky가 사진에서 보이는 긴 나무 의자에 조용히 앉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걸 보고 아 곧 공연이 시작되겠구나와 동시에 연출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있다 지휘자 필립 조르당(Philippe Jordan)이 포디움에 올라갔고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베르디 <멕베스>의 감상을 말하자면 빈필의 환상적인 연주와, 아스믹을 비롯한 성악들의 어마어마한 성량, 그리고 압도적이었던 합창단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빈필의 연주부터 말하자면 오페라 반주 오케스트라치곤 너무나 연주가 수준급이어서 어떤 부분에서는 가수의 가창보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더욱 몰입해서 들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베르디 특유의 딴타라따따따따 사운드가 보통 들으면 굉장히 뻔하게 들리는데 빈필이 연주하니까 베르디 음악이 이렇게 기품이 있었나 싶더라구요...! 이번 공연 악장이 눈에 띄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Volkhard Steude라는 분이었습니다) 단순히 지휘자만 보는게 아니라 무대도 수시로 확인하면서 능동적으로 지휘자와 성악가 모두와 호흡을 맞추려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 점에서 괜히 빈필 악장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연주 자체도 너무 열심히 하고 덕분에 수준급의 오페라 반주를 들을 수 있었어요. 필립 조르당의 지휘도 한몫했는데 그의 카리스마 있으면서 우아한 지휘가 전체적인 멕베스의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아스믹 그리고리안과 Vladislav Sulimsky


아스믹 그리고리안은 실제로 보니 더더욱 목소리가 좋았습니다. 물론, 그녀의 목소리가 다크한 레이디 멕베스와 딱 어울리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녀 나름대로 자기 목소리에 맞게 레이디 멕베스 역할을 탁월하게 소화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멕더프 역의 Charles Castrovo! 이 분은 처음 보는데 마이너한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목소리 자체가 너무 좋고 3막의 가족을 잃은 슬픔을 노래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어요..! 그리고 멕베스 역의 Vladislav Sulimsky는 처음 들어본 바리톤 가수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 불러서 괜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주인공 역으로 캐스팅된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합창단이 솔직히 압권이었는데 살면서 그렇게 웅장하고 큰 합창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극장이 떠내려갈 정도의 사운드였어요. 공연장 맨 끝자리인데도 이렇게 들리는데 앞 자리에 앉으면 도대체 얼마나 소리가 압도적이었을지 상상이 안가네요.




연출은 솔직히 썩 마음에 드는 연출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포인트들이 여러 개 있었어서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원래는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기는 무대 뒤 장면들을 카메라를 통해 본 무대와 병치해서 보여준다거나, 원작을 비틀어 레이디 멕베스가 멕베스와 함께 죽는다거나 등등) 연출까지 디테일하게 얘기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솔직히 연출을 평할 정도의 지식이 없기도 해서요....

 

커튼콜

 


이렇게 첫 날 공연을 너무나 만족스럽게 보았고 다음 날에 봤던 공연들이 진짜 진또배기였는데 해당 후기는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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